잘해야 보약되는 성과주의
'일 잘한 사람한테 돈을 많이 주자.' 외환위기 시절 한국 기업들이 구세주처럼 받아들인 성과주의의 핵심이다.
이전의 연공주의는 직원들을 천하태평으로 만든다는 죄목으로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하지만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던가.
성과주의를 도입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잘했다고 평가할 것이며,
잘한 사람에게 무엇을 얼마나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다. 성과주의를 도입한 기업들이 부닥치는 공통적인 문제를
가상의 사례를 통해 제시한 뒤 그 해결책을 제안해 본다.
  

①  칭찬만 하더니, 평가땐 고작 B냐
②  S급은 승진할 사람 몫… 난 뭐야  
③  우리 팀은 모두 똑똑해… 억울해
  


2008년 1월, 미래공업은 직원들의 2007년 연간 평가를 끝냈다. 그런데 회사 분위기가 이상하다. 한 해를 시작하는 희망찬 기운을
찾아 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살벌하거나 시무룩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1. 평가자와 직원 사이의 갈등
평가 결과가 통보된 날, 경영지원팀 직원들은 평가자 황친절 팀장에 대한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왜 그랬을까?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기 위해 시계를 몇 달 전으로 돌려 보자. 황친절 팀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코칭(coaching)을 하고 있었다.
"김 주임, 동료들이랑 사이가 어쩜 이렇게 좋아. '팀워크 향상 왕(王)' 포상이라도 해줘야겠어." 황 팀장은 부하 직원을 칭찬하느라
바쁘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속마음이다. '김 주임은 놀 궁리만 하나? 업무 성과가 나아지질 않아.' 칭찬 일색인 말과 달리 그의 마음 속에는
김 주임의 부족한 면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 황 팀장은 평가서에 조용히 'B급'이라고 적었다.
다른 경영지원팀 직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덕담만 오고 간 코칭. 그리고 코칭 내용과 동떨어진 평가. 어쩌면 직원들이 황 팀장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직원들의 싸늘한 태도에 황 팀장도 놀라긴 했다. 하지만 그는 '공정한' 평가에 대한 직원들 반응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감쌌다.


#2. 직원들의 불만
같은 날, 직원 휴게실. 다들 풀 죽은 배추처럼 시무룩한 표정이다. "다들 평가 잘 받았어? 난 억울해 죽겠어." 영업팀 박억울 대리다.
그는 주위를 살피는가 싶더니 불만을 쏟아냈다. "이번에 우리 팀에서 내가 실적이 가장 좋았어. 당연히 S급은 내 몫이라고 생각했지.
근데 결국 올해 승진할 사람들이 S급 받더라. 어차피 승진할 사람한테 좋은 점수 줄 거면 평가를 왜 하는지 모르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박 대리 말이 끝나자 기획팀의 나잘해 대리가 말을 이었다. "난 기획팀에 있는 한 아무리 잘해도 S급은 못 받을 걸.
우리 팀에 똑똑하고 일 잘하는 핵심 인재들이 다 모여있잖아.
솔직히 내가 경영지원팀 S급보다도 성과는 더 좋을걸. 나만 그런 게 아닌지 우리 팀원들 전부 일 할 맛 안 난다고 난리야."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직원들도 두 사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3. 임원진의 고민
같은 시각, 미래공업의 김고민 사장은 휴게실 앞을 지나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 그의 얼굴이 금세
잿빛으로 변했다.
그는 모든 임원진을 긴급 소집했다. 인사부 박차별 상무를 비롯한 모든 임원진에게 불벼락이 떨어진다. "성과주의에 대한 직원들
불만이 하늘을 찌르더군요. 승진 대상자는 일을 잘 못해도 좋은 등급을 주고,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팀에 있으면 아무리 잘해도 나쁜
등급을 받고. 언제부터 이런 문제가 있었나요?"
회의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정적을 깬 사람은 성과주의제도를 기획했던 박차별 상무였다. "사장님, 하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어쩔 수
없습니다. 회사는 인건비나 승진 자리가 부족합니다.
결국 직원들을 등급별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보상하다 보니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 영업본부 이조화 상무가 목청을 높인다. "박 상무,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 모르는군요. 문제의 핵심은 성과주의가 팀워크를 갉아
먹는다는 겁니다. 성과주의를 도입하고 나서 영업 실적이 좋은 직원이 자리를 비우면 동료들이 전화도 안받아줍디다.
자기 성과만 생각하고 '왕따' 시키는 거죠. 잘 한 사람한테 보상을 몰아주면 문제가 더 커지지 않겠어요?"
김 사장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였다. "그만.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니군요. 모두의 책임입니다.
해결책을 찾아오세요. 다음 주 수요일, 이 자리에서 다시 봅시다."




기사출처 : 2008.9.6. 조선일보 土日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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