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06 11:43

달팽이

달팽이
  -  난초



치마 속에서 느릿느릿 걷는  발
등짐에 가려 보이지 않고 흔들리는 뒤통수만 보인다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걷고 있는 곱사등이 여자.
손가락질할까 멈칫멈칫 길의 눈치만 본다
한 발자국씩 내디딜 때마다
조금만 부딪쳐도 부서질세라 길의 중심을 잃을까
귀로 달려드는 소음을 등짐에 넣어가며
묵묵히 더듬이 뿔 좌우로 흔들며 걷고 있다
세상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닫는다
곁눈질로 찌르는 시선이 땡볕보다 따갑다
반평생 어깨를 누르고 발목을 잡던
축축한 기억을 조금씩 덜어내려는 듯
온몸을 등짐 속에 슬며시 집어넣고
껍질 속 세상을 향해  더듬이 뿔 뽑는다
햇살이 물결무늬로 보낸 문자, 등짐에 선명한데
한번 들어간 후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 쳐다보면 으스러질 것 같은
닳고 닳아 얇아진 몸이 가볍게 출렁이자
움츠렸던 목 길게 빼고 멈췄던 발길 옮긴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투명하고 끈끈한 몸이 녹아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글 작성 시 30포인트, 댓글 작성 시 10포인트 충전 송정석 2024.05.30
포인트 모으는(충전) 방법 [26] 송정석 2023.02.05
1613 출석 김청식 2014.08.27
1612 출석 박성우 2014.08.27
1611 출석 강경환 2014.08.29
1610 출석 전혜란 2014.08.29
1609 출석 박성우 2014.08.31
1608 출석 강경환 2014.09.01
1607 출석 전혜란 2014.09.01
1606 출석 김청식 2014.09.04
1605 출석 김재열 2014.09.28
1604 출석 김재열 2014.10.01
1603 출석 박성우 2014.10.01
1602 출석 강경환 2014.10.15
1601 출석 전혜란 2014.10.15
1600 출석 오재우 2014.12.03
1599 출석 배호석 2014.12.05
1598 출석 김재열 2014.12.08
1597 출석 김창업 2014.12.11
1596 출석 박성우 2014.12.12
1595 출석 이선우 2014.12.17
1594 출석 박준철 2014.12.17
1593 출석 허성진 2014.12.17
1592 출석 이은숙 2014.12.19
1591 출석 김관용 2014.12.29
1590 출석 김재열 2014.12.29
1589 출석 이선우 2014.12.30
1588 출석 김재열 2015.01.09
1587 출석 이선우 2015.01.16
1586 출석 강경환 2015.01.29
1585 출석 전혜란 2015.01.29
1584 출석 김재열 2015.01.30
1583 출석 김재열 2015.01.30
1582 출석 김재열 2015.02.06
1581 출석 김재열 2015.03.05
1580 출석 자주 2015.03.10
1579 출석 [2] 홍선이니 2021.09.21
Board Pagination Prev 1 ...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 149 Next
/ 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