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이름이 왜이래?" 지하철 4호선 미스테리  온천 없는 '신길온천'역, 총신대 없는 '총신대입구'역


  

▲지난 26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연장구간(오이도 방면)에 있는 '신길온천역'에 갔다.
역 플랫폼에는 '온천이 없다'는 역장의 안내문이 있었다.ⓒ 프리존뉴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신모(60, 교사)씨는 지난 25일 모처럼 휴일을 맞아 손자와 함께 온천에 가기로 했다. 평소 출퇴근 할 때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던 신씨는 "서울 인근에 갈만한 온천이 없을까"하는 생각에 지하철노선도를 펴보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지하철 4호선 오이도 방면 끝자락에 있는 '신길온천역'. "옳커니, 사당역에서 환승해서 쭉 끝까지 가면 되겠군." 그는 손자들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 신길온천역 도착, 하지만 온천은 없었다

신씨는 두 명의 어린 손자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 조금 멀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가용을 타고 멀리 지방 온천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그저 만족했다. 지하철 안내방송이 나왔다. "다음 정거장은 신길온천, 신길온천 역입니다." "자, 얘들아 다왔다. 어서 가자!"

"할아버지, 여기 아무것도 없는데?" 온천은 온데간데 없고 허허벌판만 있었다. 신씨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눈만 껌뻑였다. 신씨는 <프리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그는 "애초에 온천이 없으면 역명을 신길온천이라고 짓지를 말지 이게 무슨 짓이냐"며 펄쩍 뛰었다.


▲신길온천역 옆에 있는 머릿돌. 아이러니하게도 머릿돌에는 '신길'역이라고 적혀 있다.ⓒ 프리존뉴스  





▶ "원래는 온천 개발 예정지였는데..."

역 이름에 '온천'이 들어가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신길온천'이라는 이름이 맞다. 신길온천역은 경기도 안산시에 있다. 실제로 1992년에 역 인근에서 온천수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역 주변 지역은 1999년까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어려웠다고 한다.


<프리존뉴스> 인턴기자팀은 지하철 4호선 연장구간을 관리하는 코레일(Korail) 측의 답변을 들어봤다. 역명을 담당하는 코레일 광역철도본부 이범주 부장은 "역명을 지을 당시 이곳은 온천개발 예정지였다. 그래서 지자체에서 역명에 온천을 넣어달라고 요구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개발수익성 부분에서 부적합판정을 받아 온천 개발을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코레일 광역철도본부 측은 "당장 역이름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역명 개정은 철도공사 소관이지만, 안산시의 의견과 주민 의견을 수렴해서 해야하는 과정 때문에 즉각 역명을 수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코레일 측은 손자와 함께 온천을 하려다 낭패를 본 신씨에 대해 "역명 때문에 혼란을 일으킨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산시에 따르면 신길온천역 인근은 2000년 1월에 개발 제한이 해제됐다. 이어 2004년 5월에는 이 지역이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됐다. 개발 제한이 풀리면서 온천이 생길 가능성도 커졌다. 그동안 신길온천역은 무늬만 온천이었지만, 이제는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 지도상으로 본 총신대학교 인근지역. 눈으로 보기에도 총신대입구역(4호선)보다 남성역(7호선)이 더 가깝다.




▶ "7호선 남성역이 총신대에 더 가까운데..."

신길온천역 외에도 지하철 4호선에는 아리송한 역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이수'와 '총신대입구'라는 두 개의 이름이 공존하는 지하철 4, 7호선 환승역 '총신대입구(이수)역'이다. 대학생 김정음(25, 중앙대)씨는 총신대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러 지난 24일 지하철을 탔다. 총신대입구역을 나서면 바로 총신대에 갈 줄 알았던 김씨. 하지만 막상 역에 도착해보니 출구에 있는 건 태평백화점 이수점이었다.



김씨는 "총신대를 찾느라 한 시간이나 걸렸다"며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7호선 남성역이 훨신 가깝다더라"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남성역에 괄호를 치고 총신대라고 할 것이지..."라며 씁쓸해했다. 김씨의 친구 박모(24, 총신대)씨도 "평소에는 학교 근처에 자취해서 잘 몰랐는데, 막상 친구가 찾아오기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한 시민이 본지에 제보한 지하철 노선도. 취재 결과 이 종이 노선도는 2000년에 발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프리존뉴스  





▶ '총신대입구역·이수역·남성역, 25년 동안 계속된 명칭 싸움

김씨의 말이 영 틀린 것은 아니다. 도시철도공사에서 배포했던 종이 노선도 사진을 <프리존뉴스>팀이 입수했다. 제보자 김모(30, 대치4동)씨는 "얼마 전 총신대에 갈 일이 있어서 지갑을 뒤져보다가 예전에 쓰던 노선도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노선대로 남성역에 내리니까 정말 가까웠다"며 "요즘 노선도대로 총신대입구역에 내렸으면 낭패를 봤을 것 아니냐"고 웃으며 말했다. 이에 대해 총신대 측은 "남성역이 훨신 가깝지만, 예전부터 써온 이름이라 현실적으로 바꾸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체 왜 이런 기현상이 생겼을까. 사건의 원인을 되짚어보면 25년 전인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수역, 총신대입구역, 남성역의 복잡한 인과관계는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1983년 9월 19일 이수역(4호선)이 개통됐다. 그리고 1985년 10월 24일에 역명이 '총신대입구(이수)'로 바뀌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2000년 8월 1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역 이름이 이수역으로 변경됐다. 이 때 7호선이 개통되면서 비교적 총신대학교와 가까운 7호선 '남성역'을 총신대입구와 병기해서 '남성역(총신대)'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위 사진에 있는 지하철노선도는 이 때 제작된 것이다.) 하지만 난데없이 역 이름을 빼앗긴 총신대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지하철 7호선을 관리하는 도시철도공사 측은 "당시 총신대가 기존의 이름과 혼동할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름이 바뀐지 두 달 만인 2000년 10월 2일 4호선 이수역이 다시 '총신대입구(이수)역'으로 바뀌고, 7호선 남성역(총신대)은 원래대로 '남성역'이 됐다. 우리가 알고있는 이 두 지하철역은 이렇게 25년에 걸쳐 복잡하게 변해왔다.





▶ 총신대입구(이수)역, 이름 또 바뀌나?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서울메트로가, 5~8호선은 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한다. 하지만 서울 지하철의 역명은 지명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시 역명 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이들은 관할구청, 주민 의견을 수렴해서 심사에 반영한다.



그런데 최근 이 위원회에서 총신대입구역 명칭을 재조정하려고 한다. 4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의 명칭에 대해 서울메트로 홍보팀 관계자는 "이 역은 예전부터 이름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었다"며 "작년 초에 심의위원회에서 시민 의견을 수렴했고, 현재 계속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총신대학교 측은 이 소식을 듣고 즉각 반발했다. 총신대의 한 관계자는 <프리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그런 절차가 진행중인지도 몰랐다"며 "총신대입구역 이름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국은 지명상 역 이름을 '이수'로 해야한다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4호선 동작역이 이수에 더 가깝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총신대 측은 "만약 명칭 변경을 강행할 경우 가만 있지 않겠다"고 맞섰다.



시민들의 의견도 팽팽히 맞선다. 평소 4호선을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강민지(23, 숙명여대)씨는 "우리 학교도 역 이름을 '숙대입구(갈월)역'으로 쓴다"며 "역 이름을 '갈월'로만 쓴다면 나도 조금은 화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총신대입구(이수)역과 인접한 태평백화점에서 근무하는 박모(33)씨도 "10년 넘게 쓰던 역 이름을 바꾸면 혼란스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이수역'으로 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태평백화점 인근에서 의류 가게를 운영하는 이진주(40)씨는 "솔직히 총신대는 남성역에 더 가깝지 않느냐"며 "개명을 하는 것이 총신대 입장에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명 개정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관계 당국과 총신대는 어떤 입장을 취할까. 시민들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기사출처 : 세상을 밝히는 자유언론-프리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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