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 난초
치마 속에서 느릿느릿 걷는 발
등짐에 가려 보이지 않고 흔들리는 뒤통수만 보인다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걷고 있는 곱사등이 여자.
손가락질할까 멈칫멈칫 길의 눈치만 본다
한 발자국씩 내디딜 때마다
조금만 부딪쳐도 부서질세라 길의 중심을 잃을까
귀로 달려드는 소음을 등짐에 넣어가며
묵묵히 더듬이 뿔 좌우로 흔들며 걷고 있다
세상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닫는다
곁눈질로 찌르는 시선이 땡볕보다 따갑다
반평생 어깨를 누르고 발목을 잡던
축축한 기억을 조금씩 덜어내려는 듯
온몸을 등짐 속에 슬며시 집어넣고
껍질 속 세상을 향해 더듬이 뿔 뽑는다
햇살이 물결무늬로 보낸 문자, 등짐에 선명한데
한번 들어간 후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 쳐다보면 으스러질 것 같은
닳고 닳아 얇아진 몸이 가볍게 출렁이자
움츠렸던 목 길게 빼고 멈췄던 발길 옮긴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투명하고 끈끈한 몸이 녹아 있다
- 난초
치마 속에서 느릿느릿 걷는 발
등짐에 가려 보이지 않고 흔들리는 뒤통수만 보인다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걷고 있는 곱사등이 여자.
손가락질할까 멈칫멈칫 길의 눈치만 본다
한 발자국씩 내디딜 때마다
조금만 부딪쳐도 부서질세라 길의 중심을 잃을까
귀로 달려드는 소음을 등짐에 넣어가며
묵묵히 더듬이 뿔 좌우로 흔들며 걷고 있다
세상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닫는다
곁눈질로 찌르는 시선이 땡볕보다 따갑다
반평생 어깨를 누르고 발목을 잡던
축축한 기억을 조금씩 덜어내려는 듯
온몸을 등짐 속에 슬며시 집어넣고
껍질 속 세상을 향해 더듬이 뿔 뽑는다
햇살이 물결무늬로 보낸 문자, 등짐에 선명한데
한번 들어간 후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 쳐다보면 으스러질 것 같은
닳고 닳아 얇아진 몸이 가볍게 출렁이자
움츠렸던 목 길게 빼고 멈췄던 발길 옮긴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투명하고 끈끈한 몸이 녹아 있다